나는 정말 퇴사하기가 싫었다.
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고 그 일이 나에게 꽤 잘 맞는 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
내가 이번에 입사한 곳은 지뢰밭이었다.
매일 소리를 지르는 상사는 꽤나 집요한 성격이었다.
한 명씩 타겟을 정해두고 하루 온종일 세워두고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.
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엮여 있으면 결재를 내주지 않기도 하였다.
그런 상사가 있는 회사에서의 생활은 사람들의 마음을 갉아 먹기에 충분했다.
그 대상은 주로 온순한 타입인 사람이었다.책임감이 있고 온순하기까지 한 내 성격은 그녀의 타겟이 되기에 충분했다.그렇게 타겟이 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회사를 그만두었고 나도 그들의 뒤를 밟게 되었다.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.
팀원들은 부당한 일을 겪으며 남아있지 말고 하루빨리 퇴사하거나 이직을 하는 쪽을 추천했다.
하지만 "나는 조금만 더 하면 이 프로젝트를 내가 마무리 할 수 있을 텐데, 조금만 더 참으면 이것도 해결할 수 있을 텐데.." 일에 대한 미련에 가득 차서 억지로 내 감정을 누르고 그 회사에 남아있었다.
그렇게 반년을 넘게 버텼을까.
일을 하다 한계가 온 나는 결국 미치기 일보 직전에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.
퇴사 후 첫날, 눈은 8시가 되니 자동으로 떠졌다.
늦잠을 자고 싶었으나, 일하는 꿈을 꾸며 깨는 나날이 1주일이 넘도록 반복되었다.
일에 대한 미련인지 나에게 쏟아졌던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다.
퇴사 후, 친구가 바로 놀러 가자고 해주어 한동안 우울한 생각은 줄어들 수 있었다. 그 후로 긴장도 풀린 것인지, 일하는 악몽도 꾸지 않게 되었다.
함께 놀러 간 친구는 초등학교 친구로,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미련이 깊지 않은 친구였다. 나는 어떤 일이든 곧바로 잘 적응해내고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그 친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.
그러던 어느 날, 그 친구가 아직 진로에 대해 명확히 모르겠다고 상담해온 적이 있었다.
친구는 다니고 있는 직장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얘기하며 운을 뗐다.
조금 더 얘기를 나누다보니 자신은 이제 한 직무를 정해야 하는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친구는 고민을 털어놓았다.
그러면서 친구는 내가 대단하다고 하였다.
"한 가지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게 대단하다."
나로서는 굉장히 힘이 되는 말이었다.
나는 시험 준비로 많은 시간을 보냈었고 그만큼 취직도 늦어졌고 취업준비 기간까지 길었다.
그렇기에 나는 적응력이 좋고 졸업 후 바로 취업하여 일하고 있던 내 친구가 더더욱 멋있고 부러웠다.
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록 한 길만 고집하는 고지식한 나에게 화가 나기도 했었다.
친구는 꿈이 있다는 게 멋지다고 하며 자신은 꿈이 없어서 안된다며 얘기했다.
아닌데,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낡아빠진 고지식함 뿐인데.
내가 보기엔 네가 멋있는데.
속에서는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 친구가 나에게 상담을 할 땐 해답을 찾기 위함이었다.
친구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게 우선이었다.
그때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.
"너와 나는 인생에 중점을 두는 것이 다를 뿐이야."
그러니 진로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내 인생은 일에 대한 비중이 높은 것이고 네 인생은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냐고.
그렇게 말했었다.
나는 왜 나에게 이 말을 못하고 있을까.
남들보다 조금 고지식 할 뿐인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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